💌첫 번째 편지 : 불확실성 속에는

2020. 8. 29.

💌첫 번째 편지 : 불확실성 속에는

Bonjour!

저는 어제 이른 아침 파리에 잘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완전 서늘한 가을 날씨네요. 어제는 학교 제출을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받고, 대사관 들르고, 핸드폰 개통하기 위해 돌아다니느라 분주한 하루였다면 오늘은 아무런 스케줄 없이 숙소에서 쉬고 있습니다.

숙소 구석에서 문밖을 바라보며 쉬고 있는데, 문뜩 이 쉼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숙소에서 함께하는 분들과의 만남도 참 좋았고, 내일 만나자며 연락해주시는 분들과의 만남도 기대되었습니다.

쉼과 만남. 이번 주말 제게 허락된 이 쉼과 만남이 참 감사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쉼과 만남으로 가득한 주말을 보내고 계시길 바라며, 첫 번째 소중한 사람들에게 쓰는 편지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불확실성 속에는

이번에 프랑스로 떠나오기까지 참으로 많은 불확실성을 겪어야 했습니다.

작년 봄 어느 날 예비군 훈련을 받는 도중 쉬는 시간에 교수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많이 당황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프랑스로 파견가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작년 가을학기 신입생인 저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작년에 처음 시작되는 프로그램이어서 파견 지원 대상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었고, 가을학기 신입생도 파견 대상인 것으로 알고 있던 저는 저 나름의 커리어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꽤나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올해 6월 파견에 선발은 되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프랑스로 가는 비자는 막히고 프랑스 학교로부터도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 한 체 시간이 꽤나 흐르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 올해도 못 가는 것은 아닌가 하며 매일 매일 한국 시각으로 아침에 공개되는 프랑스 코로나 확진자 수 통계에 집착했고, 심지어는 더 빨리 확인하고 싶어서인지 이른 새벽에 눈을 뜨기도 했습니다.

불과 3주 전에는 카이스트로부터 갑작스레 코로나 때문에 파견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었습니다. 갈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였고, 출국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크게 세 번의 혼란스런 시기를 거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불확실성 속에는 소중한 것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파견이 1년 뒤로 미뤄지면서 한 학기 휴학을 하고 서울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임팩트 투자사에서 6개월 동안 일하며, 정말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이 중요한지를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탐구의 여정을 함께할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6월에는,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을 내려놓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앙의 회복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파견이 취소될 경우의 플랜B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이지?'의 질문에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안해하는 저와 함께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또다시 이러한 불확실성이 찾아온다면, 그때는 더욱더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불확실성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함께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임시 숙소, 로뎀의 집 이야기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었고, PC 통신의 등장으로 유럽 배낭 여행객들이 증가하기 시작. 여행객들 사이 한국 사람의 집, 한국 음식에 대한 니즈를 발견해 현재 사장님의 어머니가 유럽에서 거의 최초로 한인 민박을 시작하셨다고.

공항에 픽업을 나와주신 사장님의 남편은 여행작가. 서점가면 흔히 볼 수 있는 JustGo와 유럽100배즐기기 시리즈 저자. 2000년대 초반에 유럽 여행객들이 전부 일본 여행 서적 번역본만 보고 있어 중앙일보에 먼저 제안하셔서 시작하셨다고.

유럽 여행의 선구자 집안에서 머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친절하고 따뜻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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