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가장 새로웠던 것은 앞으로 저와 여정을 함께할 친구들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온 친구들이 가장 많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 브라질, 모로코, 루마니아, 이탈리아, 독일, 영국, 파키스탄 등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모여있습니다. 배경도 다양합니다. 과학 기술, 경영, 정치, 법, 약학, 의학 등 전공은 다 제각각이지만, 모두들 기업가(Entrepreneur)가 되고 싶어 이 과정에 모였습니다. 그래서 다들 서로 더 궁금해합니다. 배경은 다른데, 왜 같은 꿈을 꾸는지.

저까지 123명의 학생들이 앞으로 1년의 여정을 함께합니다. 함께 경영과 기술을 배우고, 프랑스 파리와 미국 버클리를 배경으로 스타트업 프로젝트들을 진행합니다.

이 다양성의 만남은 1년 뒤, 그리고 더 먼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까요?

얼마 전 트랙킹을 할 때 일입니다. 4일에 걸쳐 100km를 걷는데, 3명이 한 팀을 이룹니다. 그리고 4팀이 한 조를 이뤄 하루 동안 함께 하는데, 이 12명의 조는 매일 바뀝니다. 그렇게 12명이 온종일 걷다 보면,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언제는 저도 혼자 걷고 있었고, 제 뒤의 친구도 혼자 걷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와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선뜻 먼저 말을 걸지 못했습니다. 계속 걸으며, 그 친구를 지켜봅니다. 그러던 중 그 친구가 나무에 발이 걸려 움칫하였고, 저의 '괜찮아?'로 둘 사이의 첫 말문이 트였고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루는 11명의 조원 모두가 프랑스 친구들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었고, 잔디에 삥 둘러앉아 샌드위치를 먹는데 모두 불어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편히 쉬며 편안한 얼굴로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았더니, 친구들이 영어로 번역을 해주기 시작했고, 제게 말을 걸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오후 트랙킹 시간에 이전에 이야기 나누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얼마전 작가 이슬아씨가 글쓰기를 주제로한 세바시 강연 영상을 보았습니다.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다'가 강연의 제목이자 핵심 메시지인데,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글쓰기에는 자연스럽게 나에게서 남으로 주어를 확장하는 '시선의 이동'과 상대의 여러 모습을 헤아리려는 '입체적인 관찰'의 요소가 있고, 시선의 이동과 입체적인 관찰 모두 부지런한 사랑의 작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기다림 속에서 상대와의 우연들을 기쁘게 맞이하는 일. 나 자신에게만 갇히지 않고, 상대의 여러 모습을 헤아리는 일. 대화와 글쓰기는 다양성을 살아가는 훌륭한 방법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화와 글쓰기에 한가지 정도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트랙킹을 할 때, 어떤 친구와는 몇 시간을 이야기 나누기도 하였지만, 어떤 친구와는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서로 이름을 알지 못 한 체 조가 바뀌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참 아쉬웠습니다. 기다림도 참 좋지만, 가끔은 적절한 '용기'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뉴스레터를 쓰는 용기를 통해, 이곳에서 다양성을 살아갈 용기를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