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16년부터 해오던 '여행하는 선생님들'에서 조금 더 지속 가능한 도서산간지역 교육 모델을 탐구해보고 싶어, 평창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약 6개월의 성장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링크)

3월부터 8월까지, 약 한 달에 한 번씩 주말에 평창을 방문하여 학생들과 워크샵을 진행했고, 학생들은 그 워크샵을 통해 나의 현재와 방향성에 대해 탐구해보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달 동안 실행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를 계획합니다. 한 달 동안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한 달 뒤에 다시 만나 지난 한 달을 성찰하고 다시 한번 나의 현재와 방향성을 탐구해보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한 달 동안 실행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를 계획합니다. 이를 계속 반복하며, 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나에게 맞는 프로젝트를 찾아 실행으로 이어갑니다.

이 6개월의 시간을 준비하고 실행하며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딱 세 가지만 뽑아 보자면 여정, 촉진자,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파리에서 재밌게 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제가 인턴으로 일했던 임팩트 투자사와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 프랑스에 있는 동안 사회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프랑스의 임팩트 비즈니스와 임팩트 투자에 대한 리서치를 파트 타임으로 하고 있습니다. 틈틈이 이곳의 다양한 분야의 여러 회사들을 보며 조금씩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회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Openclassrooms이란 교육 스타트업인데요. 왜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건지 의문일 정도로 이 회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임팩트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주로 기술직과 관련된 전문 교육(코딩, 디자인,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을 1년 동안 배우는 과정을 제공하는데, 그 1년의 과정은 약 10개의 잘 짜여진 프로젝트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본적 지식들은 녹화된 강의로 배울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전문가 멘토가 코칭을 통해 프로젝트 실행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1년 과정을 끝까지 잘 마칠 수 있게 옆에서 함께해 줍니다. 프로젝트들을 잘 수행해 1년 과정을 마치면 학위도 나오고, 커리어 코칭과 회사 연결까지 무료로 진행해 줍니다. 

2030년에는 글로벌 일자리의 약 30%가 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받아 약 10억 명의 사람들이 직업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배경 가운데, Openclassrooms은 앞으로의 직업 수요를 반영하여 1년 과정의 방향성을 설정한 후, 양질의 강의와 잘 짜여진 프로젝트들로 채우고, 1년의 쉽지 않은 여정을 끝까지 함께해주는 멘토를 연결해줌으로 누구나 양질의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취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매달 140개국에서 약 300만 명(무료 회원 포함)의 학생들이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Openclassrooms을 자세히 분석해보면서 다시 한번 잘 짜여진 배움의 여정과 그 여정을 함께해주는 사람(멘토)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Openclassrooms를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링크)

앞서 여행하는 선생님들의 평창고등학교 프로젝트와 Openclassrooms의 사례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 두 가지 사례 모두 PBL(Project Based Learning, 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사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PBL은 최근 몇 년 동안 교육자들 사이에서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학습법 중 하나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도 PBL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9월부터 12월까지는 Startup Mission, Scaleup Mission, Restructuring Mission이 진행되는데, 먼저는 극초기 스타트업에서 고객을 발견해 비즈니스를 짜보는 프로젝트, 이후에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투입돼 성장 전략을 도출해보는 프로젝트, 마지막으로 경영 위기에 처한 비즈니스를 다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스타트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실제로 경험해 보고 좋은 기업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역량을 배우는 것이 주요 목적입니다. 이 또한 상당히 잘 짜여진 배움의 여정이라고 생각됩니다.

내년 1월부터는 다른 회사의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끼리 알아서 팀을 짜고, 알아서 방향성을 설정해 실제 스타트업 프로젝트(Launchpad라고 부릅니다)를 진행해야 합니다. 때문에 11월에는 팀빌딩을 하고 그 팀이 내년에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학교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120명 전부가 각자 1분 30초씩 자신의 배경, 관심사, 아이디어를 어필하는 시간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 대화하며 팀원을 찾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졸업을 하면 여기 친구들과 스타트업을 하기보단 한국에 돌아갈 확률이 높아, 처음에는 방향성을 먼저 제안하기보단 다른 친구들의 제안에 참여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았고, 결국 제가 생각하는 아이디어의 방향성을 제안하고 팀원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디어가 뭐였냐고요? 위에서 계속 이야기한 PBL이었습니다. PBL의 핵심 가치이자 철학인 개인화된 배움의 여정, 그 여정을 잘 채워줄 컨텐츠와 프로젝트, 그 여정을 함께해주는 멘토와 커뮤니티를 어딘가에 적용해보자는 것이었죠.

교육에 정말 관심이 많고, 저와 좋은 팀워크의 경험이 있던 중국에서 온 친구와 한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동안 진행된 해커톤을 통해 팀의 아이디어 검증을 받는 날에는, 중국의 10대 교육 시장을 타겟한 PBL 솔루션을 제안했습니다. 이날은 그냥 해커톤을 통과해야 해서 하나의 아이디어 정도로 중국의 10대 교육 시장을 타겟해본 것이었지만, 그날 정말 재밌었던 것은, 심사위원이 '이 솔루션은 중국 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적용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럴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것도 맞는데.. 중국 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그리고 우리가 중국 시장을 타겟하는데 이점이 있다 보니..'라고 대답하니 심사위원이 저희 대답에 동의했고, 중국 시장의 규모를 정말 리스펙한다는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타겟할거고, 우리 팀은 그걸 잘할 수 있어!'를 주장해보고(그 주장이 터무니없을지라도) 그 주장을 존중받는 경험이 참 재밌었습니다. 어디서도 못할 경험이니까요 하하.

평창에서, 파리 스타트업 리서치에서 그리고 이곳 학교에서까지. 어쩌다 보니 지난 1년 동안 PBL을 직간접적으로 정말 많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들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어쩌다 보니 PBL로 중국 시장을 이야기하고 있고, 내년 파리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스타트업 프로젝트까지 이 PBL을 가지고 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내년에는 어떤 탐구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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