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쯤이었나. 숙소 복도를 지나는데 한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자기는 4층에 사는데, 8층에 있는 테라스 문이 왜 안 열리냐고 물었다. 나도 모른다 했다.

내가 사는 숙소의 이름은 한국관이다. 한국인 유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은 건물이고, 주로 한국인들이 산다. 근데 이 친구는 스페인에서 왔다. 들어보니, 자기는 분명 스페인관을 지원했는데, 자기도 왜 한국관에 배정받은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헤어지긴 아쉬워 뭐 공부하는지 물었다. 물리학 박사 과정 중이란다. 와우. 나도 학부 때 물리학 전공을 했다. (하지만 물리학에 대해 잘은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이름은 Mateo 이고, 나의 첫 번째 한국관 친구다.

우리는 종종 밥도 먹고, 반찬도 나누고, 운동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종종 물리학 이야기도 나눈다. (이럴 땐 물리학 전공하기 참 잘했단 생각도 든다. 하하(씁쓸)) 그러던 어느 날, 로댕 미술관에 같이 가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다. 좋다고 했다. 그러다 문뜩, 디지털 박물관이 주제인 스타트업 미션 프로젝트가 떠올랐고, 이 친구를 인터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날 밤 숙소 근처를 걸으며 이야기가 시작됐다.

박물관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서로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가운(?) 물리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두 가지 순간을 이야기해주었는데, 둘 다 이미 대략 알고 있던 것을 박물관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였다.

원식 : "박물관에 간다는 게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알고 싶거든. 너한텐 어떤 것 같아?"

Mateo : "예술 작품들에 둘러싸일 때 느끼는 것들 있잖아."

대답해준 게 어떤 의미인지, 왜 그런지 물었다. 계속 물었다. 그랬더니 꽤나 구체적인 문장으로 이어졌다.

Mateo : "우리 삶에서 예술은 참 중요한 거잖아. 이 예술이란 거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작품을 만든 작가부터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까지 느껴보는 거지."

원식 : "이게 디지털화될 수 있을까?"

Mateo : "작가와의 커뮤니케이션이기도 하잖아. 작가는 분명 2D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었을꺼야."

원식 : "작가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거구나."

Mateo : "생각해보니까, 음악 콘서트보다는 건축물이나 랜드마크가 더 비슷한 가치를 주는 것 같아. 오래된 교회나 랜드마크에 가서 그 공간을 느끼는 거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같은 공간을 지켜온 그 공간을 말이야." 

Mateo : "와 근데 나는 예술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원식 :"나도야. 나는 예술에 별로 관심 없었는데 (당연히)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원식 : "근데 너 진짜 그렇게 느껴? 공간과 시간을? 시간 속 공간을? 심지어 거쳐 간 사람들까지?"

Mateo : "아니 사실 이성적으로는 그런데, 감성적으로는 아직 그렇게 느끼진 못해. 근데 이건 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해."

원식 : "진짜 훈련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원식 : "근데 이거 진짜 가상으로 못 옮길까?"

Mateo : "이걸 가상으로 옮기려면, 내가 진짜 현장에 있다는 느낌도 필요하고, 가상 속 물체들과의 상호작용까지 구현되어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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