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산나눔재단의 김형진 센터장님 소개로 파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인 위시어폰을 공동창업한 강지형 CTO님을 만나기 위해 STATION F를 방문하였습니다.

그 뒤로도 헤맴의 연속이었는데요. 처음 방문객을 인터뷰할 때는 그냥 저희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주변 사람 위주로 인터뷰를 하였고, 그 결과를 정리해서 프로젝트 멘토에게 공유하니, 저희가 방문객 인터뷰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눈치채고 '200명은 해왔어야지.'라며 진짜 방문객의 인터뷰를 해오라고 다시 주문했습니다. 저희는 조금 더 용기를 내 주말에 스타벅스에서 몇 시간 동안 사람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그 후 사람들의 박물관 방문 경험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을 발견했다고 생각해 다시 멘토에게 결과를 들고 갔습니다. 듣더니, '아직도 진짜 박물관으로 가는 걸 꺼리는군. 그리고 문제점은 발견했지만 진짜 문제인지 확인을 하지 않았군.'이라며 다시 인터뷰해 올 것을 주문했습니다.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까지 고객 발견을 하는 팀은 저희밖에 없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멘토가 이야기한 대로 저희가 발견한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 확인하는 질문을 하는 걸 빠뜨렸다는 것과 이를 확인하려면 진짜 박물관에 가야 함을 인정하고, 바로 다음 날 파리 시내의 박물관들을 돌며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뒤로는 시간은 촉박했지만,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지난주 금요일 투자자들 앞에서 피칭을 할 때도 꽤나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 5주 동안 파리의 박물관을 돌며 마주했던 낯선 경험들은 제게 큰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고객군들을 폭넓게 탐구하고, 좁혀진 고객군들을 발로 뛰며 깊게 파고드는 꽤나 흥미로운 고객 발견의 여정이었습니다.

얼마 전 한 분과의 대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 그렇게 전혀 새로운 것도 해보고, 그러면서 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너의 나다움을 찾아가는 거야."

얼마 전 읽은 김영하 작가의 '오래 준비해온 대답'에서 이런 문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훌륭한 인간이란 많은 것을 소유한 자가 아니라 많은 것이 잘 지나가도록 자신을 열어두는 사람이다. 하나의 사상이 나라는 필터를 거쳐 한 권의 책이 되고 한 곡의 음악이 나라는 필터를 거쳐 아름다운 문장이 된다. (...) 그렇게 모든 것이 막힘없이 흘러갔다면, 내 삶은 좀 더 가벼워질 수 있었을 텐데, 더 많은 것이 샘솟았을지도 모르는데."

'좀 더 열어두면 좋을 텐데... 좀 더 가벼워지면 좋을 텐데...'

저는 요즘 '루틴'과 '몰입'이라는 키워드를 많이 생각합니다. 저만의 안정적인 루틴을 만들고, 깊게 파고 들어야하는 것엔 몰입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여유롭게 다양한 것들을 탐험하는.

별거 아니지만, 지난 주부터 저의 루틴에 큰 변화를 준 작은 습관이 하나 있는데요. 자기 전에 핸드폰을 책상에 올려놓고 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기 전에 침대에서 핸드폰 하는 시간이 줄고, 일어나서도 핸드폰을 하며 침대를 벗어나지 않는 시간이 줄어 수면과 컨디션, 그리고 루틴에 참 좋더라고요.

오늘 알게 된 이야기인데, 프랑스 친구들은 잘 때 핸드폰을 옆에 두고 자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뇌에 안 좋은 영향도 끼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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