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에서 달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친구들과 3박 4일 함께하면서, 이기적이지 않으려면 게으름을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고, 달리기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의 매일 달리는 두 친구를 보며,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달려도 보며 든 생각이기도 합니다.

지난주 주말부터 거의 매일 달리고 있습니다. 한 달 전쯤 파리에서 처음 달리기를 해보았을 때는 6~7년 전의 기록에 한참 못 미치고, 또 너무 힘들어서 절망적(?)이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예전의 페이스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거리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속도도 조금씩 빨라지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뛰는 순간이 덜 괴롭고, 그 순간이 조금씩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시간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됩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온전히 보내기가 쉽지 않고, 또 혼자 있는 시간도 온전히 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지난 한 달간 예술에 대해서 고민한 영향도 있을 테고, 또 처음으로 먼 타지에 와있다 보니 생각이 많은 듯합니다.

그러다 세 가지 종류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필요를 채우는 시간. 즐기는 시간. 훈련의 시간.

지금까지 어쩌면 저의 필요를 채우는 시간에 조금은 치우쳐지지 않았었나 싶습니다. 혼자와의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나의 인격을, 지식을, 체력을 늘리는 시간들을 훈련의 시간으로 인지하고 더 잘 받아들였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는 그러한 시간들이 저의 필요를 채우고자 하는 욕구로 조금은 흐릿해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필요를 채우는 시간, 즐기는 시간, 훈련이 시간을 잘 구분해서 인지해보고, 온전히 보내보려 합니다. 아무래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죠.

달리기는 세 가지 시간의 균형을 위한 좋은 연습인 것 같습니다. 침대에 계속 붙어있으려는 저의 욕구로부터 박차고 나와 저를 훈련하는 시간이고, 이러한 시간을 조금씩 즐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일하는 방식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 세 개가 뭐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에, '자기다움', '신뢰', '네트워크'라고 대답해주었는데요. 먼저 각자가 자기다움으로 올곧게 서고, 그사이에 신뢰로 연결이 되고, 조직 전체가 어떤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인지 잘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뒤로도 몇몇 사례와, 일하는 방식에서 정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저도 작년부터 '조직'이란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이날의 짧은 대화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조금 더 깊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제가 미래에 만들고 싶은 혹은 함께하고 싶은 회사를 생각할 때 주로 두 가지,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사회 환경적 임팩트만을 생각했었는데요. 이제는 세 가지 축이 제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재정적 지속가능성, 사회 환경적 임팩트, 그리고 다르게 일하는 방식. 다른 말로, 돈, 임팩트, 사람. 이전에는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사회 환경적 임팩트를 만들어 내려면 '조직'이 어때야 할까의 질문이었다면, 이제는 그냥 '조직'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바뀐 셈이죠.

재정적 지속가능성 하나만 이루기도 어렵고, 사회 환경적 임팩트까지 이루는 것도 정말 어려웠는데, 이제는 세 가지 축이라니.

이렇게 세 가지 축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나서, 더더욱 즐기는 시간과 훈련의 시간에 대한 온전함을 원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아쉬움이 조금은 있는 하루였지만, 어찌 되었든 저는 오늘도 달리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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